보이지 않는 위협, 식량 안보를 흔들다
농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해충과의 싸움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 전쟁입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확되는 농작물의 약 20~40%가 해충에 의해 손실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해 해충의 활동 범위와 번식 주기가 변하면서 기존의 방제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해충 피해는 단순히 작물의 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식량 공급망에 걸쳐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푸드테크 기반의 해충 방제 기술입니다. 단순한 살충제를 넘어 환경과 인체에 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정밀하게 해충을 제어하는 방식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일부 해충은 식용 단백질 자원으로 활용되는 방향까지 모색되고 있습니다. 해충과의 싸움에서 해충과의 공존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디지털 방제 기술의 진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방제 기술에 디지털이 접목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예전엔 단순히 약을 뿌려 전체 밭을 커버하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AI 기반 해충 탐지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농장 상태를 분석하고 필요 지점에만 정확히 방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약제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고해상도 카메라와 센서를 탑재한 농업용 드론은 해충 밀집 구역을 감지해 그 지역에만 선별 방제를 수행합니다. 또 위성 데이터와 연계된 예측 시스템은 특정 작물에 어떤 해충이 어느 시점에 발생할지를 미리 예측해 사전 대응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처럼 정밀농업 기술은 해충 방제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는 축적되어 다음 작황과 기후 조건을 고려한 더 정교한 방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됩니다.
생물학적 방제와 생태계 복원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자연을 닮은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생물학적 방제입니다. 이는 해충의 천적을 활용해 자연적으로 해충 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딧물을 잡는 무당벌레나 벼멸구를 제어하는 기생벌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 생태계를 활용하는 방식은 기존의 화학 살충제보다 훨씬 지속가능하고 생태계 회복력을 높여줍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작물 주변에 생태 다양성을 조성하는 버퍼존(buffer zone)을 만들어 해충의 집중을 분산시키거나, 특정 식물을 심어 해충을 유인,포획하는 전략도 쓰이고 있습니다. 또 미생물을 활용해 해충의 번식을 막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효과와 환경 회복을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에 꼭 필요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업과 식량 안보를 지키는 식용 해충 방제 기술 미래전략
해충의 단백질 자원으로의 가능성
해충을 단지 없애야 할 적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일부 문화권에서는 메뚜기, 누에, 굼벵이 등을 귀한 식재료로 여겨왔고 최근에는 이런 해충들이 고단백 식용 자원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메뚜기 단백질은 소고기보다 환경 부담이 훨씬 적은 지속가능한 단백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푸드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해충을 대체육이나 단백질 보충제로 가공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건조 및 분말화, 탈취 공정, 알러지 제거 등 안전성과 기호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활발합니다. 특히 사료 시장에서는 이미 곤충 기반 단백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향후 사람을 위한 식품 시장에서도 점차 자리를 넓혀갈 가능성이 큽니다. 해충을 식품화하는 과정은 단순한 자원화가 아니라 농업 내 순환경제 구축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제도와 소비 인식의 변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그것이 사회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와 인식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식용 해충이나 생물학적 방제 방식은 기존 식품 규제와 맞물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일부 곤충 단백질을 공식적으로 식품으로 승인했고 국내에서도 식용 곤충 7종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소비자에게 해충은 기피 대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교육과 홍보, 체험 중심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미래 식량 문제를 위한 선택지로서 해충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그 가치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하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또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인증 제도 그리고 안정성 검증 체계 등이 함께 마련되어야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푸드테크는 점점 더 경계 없는 확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식재료 개발을 넘어 해충과 같은 농업의 변수까지 통제하고 활용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농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식량 안보와 건강한 미래 식탁을 지키기 위한 실천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먹는 한 끼의 식사에는 수많은 기술과 자연의 조화가 담겨 있습니다. 해충 방제 기술은 그 조화를 지키기 위한 디테일한 노력이며 동시에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 있는 대응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제 해충은 단지 없애야 할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파트너로 인식할 때입니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안전한 식량 공급 그 중심에 푸드테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은 오늘 우리가 해충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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