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을 잘 조절하는 게 건강의 기본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을 바쁘게 살다 보면 어떤 날은 너무 바빠서 대충 먹고, 또 어떤 날은 괜히 과식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식단을 조절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AI가 알아서 짜주는 식단에 사람들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건강 어플리케이션에 체중이나 키, 나이 같은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식단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내가 뭘 먹었는지를 기록하면 식단에 대한 피드백도 제공해 줍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것들이 정말 편리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마치 개인 트레이너가 내 건강을 체크해주는 기분이 들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듭니다. ‘진짜 AI가 내 몸 상태까지 제대로 알고 식단을 추천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체질도 다르고, 먹는 습관도 다르고, 음식에 대한 감정까지 제각각인데 숫자 입력을 통해서 내 식단을 결정해도 괜찮을까 싶습니다. AI 식단 분석이 허술하다는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 믿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요즘의 AI 식단 분석은 어떻게 작동할까?
식단 관련 앱이나 서비스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정보를 입력받는 걸로 시작합니다. 키, 몸무게, 나이, 성별은 기본이고 일부 서비스는 질병 이력이나 복용 중인 약까지 입력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 후에는 내가 하루에 먹는 음식들을 기록하는 과정이 들어갑니다. 어떤 앱은 사진을 찍는것 만으로도 음식 이름과 양을 인식해 주기도 하고, 또 다른 앱은 식재료를 직접 선택해서 입력하는 방식을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입력된 데이터는 AI가 미리 학습한 영양소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어 분석됩니다. 예를들어 내가 오늘 점심에 된장찌개랑 밥, 멸치볶음을 먹었다고 입력하면 각각의 음식이 갖고 있는 칼로리,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을 계산해 줍니다. 또 그 식단에 대한 피드백도 제공해줍니다
요즘은 이러한 어플에 웨어러블 기기까지 연결되면서 더 정교해졌습니다. 애플워치나 샤오미 밴드처럼 활동량을 측정해주는 기기와 연동해서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도 식단 분석에 반영하는 식입니다.
데이터를 제대로 넣지 않으면, 분석도 틀린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입력된 데이터가 얼마나 정확한가 입니다. AI는 어디까지나 숫자와 기록을 기반으로 식단을 판단합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걸 정확히 기억해서 일일이 기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입력은 치킨 반 마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튀김옷이 두꺼운 치킨이었거나, 사이드메뉴를 같이 먹었을 수도 있습니다. 또 같은 된장찌개라도 어떤 레시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칼로리가 천차만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하루 이틀 정도는 꼼꼼하게 기록하다가도 며칠만 지나도 귀찮아서 대충 입력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AI가 분석한 데이터는 정확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리뷰를 보면 초반에는 좋았는데 점점 신뢰가 안 간다는 이야기도 보입니다. 기록이 조금만 틀어져도 전체 식단 분석 결과가 엉뚱해지기 때문입니다.
식단은 단순한 숫자 조합이 아니다
AI가 분석해 주는 식단은 영양소 중심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음식을 먹는 건 단지 영양소 섭취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식사시 따뜻한 국물이 있어야 속이 편하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특정 음식에 추억이 있어 그 음식을 먹는 것 만으로도 정신적인 안정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 혹은 문화적인 맥락은 아직 AI가 반영하지 못합니다.
또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소화 능력이나 포만감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현미밥을 먹어도 A는 소화가 잘되고 B는 더부룩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체질도 다르고, 장 건강 상태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AI는 이런 개별 반응을 구분해 내지는 못합니다. 결국 AI 식단은 '보통 사람'을 기준으로 짜여진 평균적인 식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쓸만한 부분은 확실히 있다
이렇게 한계를 말하긴 했지만 AI 식단 분석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식사기록 습관이 없는 사람에겐 꽤 유용합니다.
일단 내가 매일 뭘 먹고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니까 잘 챙겨먹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이어트등 특정 건강 목표를 세우고 시작하는 사람에겐 방향을 잡아줄 수 있어 좋습니다. 단백질 비중을 늘려야 하는지, 간식은 어느 정도 줄여야 하는지 등의 고민을 AI가 알려주면 시작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식단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어서 하루 식단의 균형을 확인하는 데도 좋습니다. AI식단을 맹신하는것이 아니라 참고 자료라고 인식하고 활용하면 꽤 쓸모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AI 식단 분석 기술은 앞으로도 더 발전하겠지만, 지금은 아직 '조언자'에 가깝습니다.
내 건강 상태, 기호, 생활 습관까지 전부 고려해 주는 시스템은 아직은 어려우나 기본적인 방향을 잡줄 수는 있습니다.
사람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그날 어떤 기분이었는지, 또 소화는 잘 됐는지 등의 요소들이 모두 식사와 연결돼 있습니다. 결국엔 AI가 주는 정보를 참고하되, 내 몸의 목소리를 듣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기술을 쓰는 것도 결국 사람이고, 음식은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삶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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