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와 반려동물 – 펫푸드에도 기술이 들어온다

사람만큼 예민해진 반려동물의 식탁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식품 산업 전반이 이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이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인식의 변화는 반려동물의 식탁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반려동물의 식사도 성분표를 꼼꼼히 읽고 영양 균형을 따지며, 때로는 수의사와 상담을 통해 결정되기도 합니다. 특히 반려동물의 건강 문제는 그 식습관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단순히 배를 채우는 사료보다는 ‘건강을 위한 음식’, 더 나아가 ‘치료에 도움 되는 식품’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반려동물 식품 선택 기준도 더욱 정밀해지고 고도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푸드테크는 이 변화에 기술로 응답하고 있습니다.
단백질, 지방, 섬유소의 구성 비율을 개인별로 조정하고 건강상태에 따라 성분을 재조합하며 사료 하나에도 데이터 기반 기술이 들어가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반려동물의 식사는 사람의 식사만큼이나 신중하게 설계되는 것이 당연해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에게도 ‘나만을 위한 식단’이 필요하다

사람이 나이, 체질, 질병에 따라 식단을 달리하듯 반려동물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품종에 따라 유전적 취약점이 다르고 생활 방식에 따라 영양 요구량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활동량이 많은 대형견과 실내에서 생활하는 소형견은 같은 단백질 비율을 가진 사료를 먹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푸드테크는 이처럼 개별화된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AI 분석 기반 맞춤형 사료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앱이나 웹사이트에 반려동물의 나이, 품종, 체중, 알레르기 유무, 질병 이력 등을 입력하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료의 성분 구성과 칼로리, 영양소 비율이 자동으로 계산됩니다. 이와 함께 정기 배송되는 구독형 펫푸드 서비스는 사용자 경험과 식단 조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글로벌 스타트업은 혈액 검사, 유전자 정보,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려동물의 미래 질병 가능성을 분석하고 예방 차원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미리 제공하는 ‘예방 중심 식단’을 설계하기도 합니다. 즉, 질병이 생긴 뒤에 먹는 것이 아니라 건강할 때부터 챙겨주는 식문화가 기술을 통해 실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반려동물 식품이 필요한 이유

반려동물이 많아질수록 그들이 먹는 음식의 양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식품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도 점점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반려동물의 육류 소비만으로 연간 수천만 톤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소, 닭, 돼지 등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은 사료, 물, 토지, 에너지, 온실가스를 모두 포함한 매우 자원 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환경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체 단백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곤충 단백질은 그중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으로 꼽히는데 단백질 함량이 높고 필수 아미노산 구성이 뛰어나며, 생산 과정에서 물과 사료, 토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탄소 배출을 기존 축산보다 최대 99%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갈색거저리, 귀뚜라미, 밀웜 등을 활용한 곤충 단백질 기반 펫푸드 제품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배양육 기술도 반려동물 식품에 적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세포만을 배양해 고기 성분을 만드는 기술은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강력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해 다른 동물이 희생되지 않는다는 가치는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설득력 있는 구매 이유가 됩니다.

윤리적 소비는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중요하다

윤리적 소비는 더 이상 사람의 식품 선택에서만 등장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사람이 먹는 음식처럼 그들의 사료, 간식, 건강식품 역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따지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반려동물 제품에 사용되는 고기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목장에서 왔는지, 사료 포장이 생분해 가능한 소재로 되어 있는지를 강조합니다. 또한 동물 실험 없이 개발된 식품이라면 더욱 큰 신뢰를 얻고, 심지어 반려동물 식품에도 ‘비건’이라는 개념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내 반려동물을 위한 선택’이면서도 동시에 ‘다른 생명과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동반한 소비이기 때문에 단순히 유행으로 치부되기 어렵습니다. 푸드테크는 이러한 소비자의 의식 변화에 맞춰 ESG 기반 펫푸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가 이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술이 만든 반려동물의 새로운 식문화

푸드테크는 이미 사람의 식탁을 바꿔놓았습니다. 대체육, 배양육, 정밀영양,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식단 등 우리는 기술로 만들어진 식문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반려동물의 식탁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단백질 원료를 지속 가능하게 바꾸고, 데이터에 기반해 식단을 맞춤화하며, 감정과 윤리까지 고려한 식품을 고르는 시대에 반려동물 식품도 같은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반려동물 시장의 ‘고급화’와 ‘프리미엄화’는 기술을 접목할수록 소비자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푸드테크의 영향력이 더욱 크게 발휘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앞으로는 AI 진단을 통한 건강 예측 기반 식단, 반려동물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한 소화 건강 맞춤식, 감정 상태에 맞춰 간식을 추천하는 행동 기반 케어식품까지 보다 정밀하고 풍부한 제품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푸드테크가 만든 이 조용한 혁신은 단지 사람을 위한 기술이 아닌 우리 모두의 건강한 식탁을 위한 기술로 확장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