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꼭 고기로 만들어야 할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기는 곧 도축을 전제로 한 식재료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고기를 만나고 있습니다. 고기처럼 보이지만 동물은 없고, 맛은 비슷하지만 그 과정은 전혀 다릅니다. 바로 대체육과 배양육 이야기입니다.
이 두 기술은 모두 기존 축산업이 가진 환경 파괴, 기후 변화, 동물 복지 문제 등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으며 최근들어서는 푸드테크 산업의 중심 주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고기를 꼭 동물에서 얻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기술로 답하려는 시도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두 기술은 생각보다 훨씬 다르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여러 한계들도 함께 안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대체육과 배양육이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각자가 넘어야 할 벽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식물에서 만든 고기, 대체육의 현실
대체육은 주로 콩 단백질이나 완두콩, 밀글루텐 등 식물성 원료를 이용해 고기와 비슷한 질감과 형태를 가공해 만든 식품입니다. 이러한 대체육은 압출, 혼합, 조미 등의 기술을 통해 고기와 유사한 외형과 풍미를 구현합니다.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푸드 같은 브랜드가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체육을 경험한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비슷하긴 한데 뭔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그 부족함의 핵심은 식감과 육즙, 그리고 지방이 주는 고기의 풍미입니다. 아무리 잘 가공해도 식물 단백질로 고기 특유의 질감과 복합적인 맛을 완전히 재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부 제품은 인공향이나 조미료 맛이 도드라져 가짜 고기라는 인상을 더 강화하는 경우도 있죠. 또한 소비자들은 대체육이 식물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에 좋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나트륨이나 포화지방, 화학 첨가물이 많은 제품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일반 육류보다 높은 가격까지 더해지면 "굳이 이걸 왜 사 먹어야 하지?”라는 질문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진짜 고기지만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 배양육의 도전
배양육은 살아 있는 동물의 세포를 소량 채취한 뒤, 실험실 환경에서 이를 배양해 고기의 근육 조직을 인공적으로 키우는 기술입니다. 기술만 놓고 보면 마치 의학과 식품공학이 만난 듯한 형태로 도축 없이 진짜 고기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이론적으로는 환경 부담을 줄이고 동물도 희생시키지 않으며, 진짜 고기의 맛과 영양까지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완벽한 고기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배양육이 상용화되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꽤 많습니다. 생산 단가가 높아 일반 소비자에게는 접근하기 어렵고, 세포 배양 과정에서 사용되는 배양액의 동물성 성분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일부 배양육은 태아 혈청을 사용하기도 하고 유전자 편집 기술이 활용되기도 하면서 완전한 ‘비건’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나라에서 배양육에 대한 식품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법적 허들이 높고 신뢰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싱가포르나 미국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판되고 있으며 대중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기술보다 더 큰 장벽, 소비자의 마음
두 기술 모두 기술 자체만 놓고 보면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술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음식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맛과 가격, 그리고 ‘내가 먹고 싶은가?’에 대한 감정적인 판단입니다. 대체육은 비교적 빠르게 일상에 들어왔지만 재구매율이 높지 않은 이유는 아직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배양육은 아직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드물기 때문에 인지도와 경험 측면에서 더 많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대체육과 배양육 모두 기술 자체보다는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경험 설계’가 필요합니다. 맛은 기본이고, 가격, 유통, 브랜드 이미지, 문화적 수용성 등 종합적인 접근이 없이는 어느 한쪽도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더 나은 고기를 위한 준비는 계속된다
두 기술 모두 분명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지방의 구조를 재현해 육즙을 더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기술, 배양액에서 동물성 성분을 제거하려는 연구, 식감 구현을 위한 바이오프린팅 등 여러 방면에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인식 또한 바뀌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동물 윤리,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기를 대체하겠다는 기술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옵션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들이 더 저렴하고, 더 맛있고, 더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면 우리는 진짜 고기와 다르지 않은 새로운 고기를 더 이상 특별한 것처럼 느끼지 않게 될지도 모릅니다.
변화의 속도는 느릴 수 있어도, 방향은 분명하다
지금의 대체육과 배양육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닙니다. 맛, 가격, 안정성, 규제, 문화적 수용성 등 다양한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사회도 그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식탁에서 선택하는 고기 한 조각은
단지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기후 위기를 줄이는 선택일 수 있고, 동물에 대한 윤리적 고민의 결과일 수도 있으며, 더 건강한 삶을 향한 방향일 수도 있습니다.
고기의 미래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그 미래를 매일 식탁 위에서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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